이 소설이 쓰여졌던 2000년대에 읽었다면 아마도 그냥 '재미없는 책' 또는 군대에서 읽었지만 결국 시시껄렁하게 느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와 비슷한 류의 소설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바닥이였던 시절에 나온 소설이니까요.
소설이 나온지 20년이 된 후에 읽다보니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제가 나이가 들어버려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고나서 3일이 지나니 주인공 영혜의 이야기가 궁금해 졌습니다.
단순한 책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위키백과에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 몽고반점 - 나무 불꽃 3가지의 단편 소설이 모여 주인공 영혜를 이야기 하지만, 남편도 형부도 언니도 결국 영혜의 말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없었다는걸 책을 모두 읽고 3일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영혜의 갑작스런 채식 선언, 그리고 말라가는 그녀를 보며 모두들 의아해 하고 가여워 하지만, 왜 그녀가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고, 각자 자기의 시선으로만 그녀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며칠 전 이 책을 먼저 읽었다는 분과 대화를 나눌 때 허무주의 같다며 무슨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하시길래 궁금해서 사 읽게 되었는데, 아마 그분도 지금쯤은 그 때와 다른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영혜는 왜?" 라는 질문이 머리에 떠나지 않게 됩니다.
소설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가장 많이 관찰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모르겠습니다. 며칠을 생각하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아집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영혜의 남편이였다면, 형부였다면, 언니였다면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을까? 라는 잘문에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나도 다를게 없겠구나 라는 자괴감도 듭니다.
한 번 읽었을 뿐인데,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여러번을 읽었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상실의 시대"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 책을 읽은 느낌 뿐이라 가져다 붙일 사진이 없네요.
* 마침 채식주의자를 다 읽은 다음날 내란 우두머리는 체포되어 갔습니다.